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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문제>페스티벌 봄 2010. 4.23~24

정금형 x 이정우 x 잭슨홍
기술적 문제
Geumhyung Jeong x Chungwoo Lee x Jackson Hong
Technical Problem

[제안의 성립과 의의] 기술적 문제(Technical Problem) = 정금형 X (이정우) X 잭슨홍

0. 오늘의 창작 환경에선 예전과 다른 몇몇 작업 방식을 발견할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특징적인 세 가지는, 가. 조사·연구(research and investigation), 나. 피처링(featuring), 다. 포스트 프로덕션(post production: 후반 작업)이다. 새로운 세대의 창작자들은 몇 가지 전제 조건에 맞춰 조사·연구를 진행하고 그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조작해 최종 결과물을 도출시키는 경향을 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유사-과학적 태도를 통해 작업에 새로운 변수를 부여하고, 작자의 자의성을 줄여나가며, 작업과정에서 결과물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도록 만드는 등 몇 가지 장점을 갖는다. 반면 주로 음악가들이 시도하는 피처링은 여타 분야의 창작자들에게도 새로운 협업 방식의 모델이 되고 있다. 본디 피처링은 유명 음악인이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신인의 음반 작업(의 한 트랙)에 참여하는 일을 뜻했다. 하지만 힙합문화가 발전하면서 점차 누가 누구를 피처링하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됐고, 표기 방식도 ‘feat.’으로 변했다. 피처링 트랙은 두 음악인의 브랜드 스타일(branded style)이 공히 살아있는 문화적 혼성(cultural hybrid)의 좋은 본보기로 기능하기에, 일부 미술가들은 피처링의 컨벤션을 차용해 예의 공동작업과는 다른 차원의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보다 광범위한 이 시대 작업 환경의 특성은 포스트-프로덕션에 있다. 디지털 작업 환경은 예전에 가능하지 않았던 일을 가능케 하기에, 많은 이들이 포스트-프로덕션 과정에서 오리지널 소스를 이리저리 편집해 최종 작업 형태를 다양하게 도출시키는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특징적인 실험 방식이 DJ 걸톡(Girl Talk)으로 알려진 그렉 길리스(Greg Gillis)의 매시업(mashup)이다. 그는 남의 히트곡에서 주요 부분(hook-up line)을 따다가 파팅 라인(parting line)이 분명히 드러나는 리믹스를 만들어 전례 없는 메타 사운드를 구축했다.

1. 무대예술가 정금형은 진공청소기 따위의 사물과 제 몸을 마주 놓은 채, 애욕(愛慾)의 몸짓을 하나하나 연구·개발해왔다. 따라서 그의 공연은 일종의 워크샵 성과 발표회에 다름 아니었다. 그가 공연 <유압진동기>(2009)에서 강연 형식으로 제 작업을 변형해 소개했을 때, 그것은 조사·연구에 기반을 둔 작업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드러내는 포스트 프로덕션의 실험이 됐다.

2. 디자이너 잭슨홍은 사물의 편에서 비평적 디자인을 시도하며 디자인 방법론의 다양한 층위를 실험해왔다. 따라서 그의 전시는 실패를 성공시켜놓은 신제품 발표회에 다름 아니었다. 그가 2인전 <라마라마딩동>(2009)에서 화가 박미나와 서로의 작업 방식을 전유(appropriate)하며 새로운 혼성의 협업을 시도했을 때, 그것은 피처링과 포스트-프로덕션을 통한 조형 예술의 매시업 실험이 됐다.

3. 2009년 12월, <페스티벌 봄>의 디렉터 김성희는, 평론가 임근준의 핌핑(pimping: 마치 ‘마담뚜’가 까다로운 집안 사이의 결혼을 성사시키듯, 기존의 예술가들--특히 속한 패거리가 다른 부류의--을 서로 엮어 윈-윈 시추에이션의 기획을 짜는 일을 말한다. 자동차를 힙합 스타일로 꾸미는 일 등에서는 ‘핌핑’이 이질적 요소를 섞어 장식하는 의미를 갖는다) 제안에 따라, 정금형과 잭슨홍의 피처링 프로젝트를 시도하기로 결정했다. 극장 퍼포먼스와 공업 디자인의 매시업 실험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4. 잭슨홍이 정금형의 작업 방식을 연구해 그의 사물들의 입장에서 새로운 조형 질서를 제안하면, 정금형은 그 사물들을 통해 새로운 육체 언어를 개발할 것이고, 이는 다시 잭슨홍의 후반기 작업에 반영될 테다. 과연 무대 위의 정금형은 그 과정을 어떠한 최종 형태로 편집해낼 수 있을까? 극장 퍼포먼스와 공업 디자인이라는 이질적 두 세계의 충돌은 필경 우리가 예상치 못한 흥미로운 문제의 층위를 드러낼게다.

5. 이 미학적 충돌 실험은 일반적 협업과는 달리 그리 평화적이고 우호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피처링을 통해 정금형과 잭슨홍이 노리는 것은 서로의 성과를 고스란히 훔쳐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제안은 오스카 와일드의 경구로 마무리돼도 좋겠다: “재능은 빌리고, 천재는 훔친다(Talent Borrows, Genius Steals).”

- 임근준 AKA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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